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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리산에 오르며 (061223)


오르는 길

이른 새벽 개 짓는 소리에 대문을 열고 밖을 나오니 풀먹인 한복의 서걱소리처럼 이따금씩 꽉~ 꽉 하는 소리와 더불어 썩쉭~ 썩쉭~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니 기러기 몇 편대가 북쪽으로 가고 있었다. 이것이 올 1월말인데 벌써 2006년 한해가 다 저물고 있다.

수리산에 가는 도중에 그때의 생각이 나면서 순간순간 살기는 퍽퍽해도 지나고 보면 세월이 너무 빨리 지나감을 느낀다. 매주 올라가는 산이지만 영어듣기나 한답시고 이어폰을 끼고 올랐는데 오늘은 이것도 싫다. 조용히 오르고 싶었다. 한적하게 갔다오는 이 3시간이 나에겐 스트레스의 해소책이다. 나이가 들수록 간혹 치열한 삶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데 어느곳에 가도 산에 오르는 것만 못하다.

오늘은 저번주의 폭설로 인적이 드물다. 등산을 하다가 보면 주로 나이드신 분들이 많은데 눈이 온 뒤에는 부상을 염려해서 산이 오르는 수가 급격히 떨어진다. 그럴 수록 혼자 산에 오르는 맛이 깊다. 군데 군데 눈이 제법 녹지 않고 있고 사각사각 하는 소리에 귀를 귀울여 보면 청설모가 나무에서 내려와 수북히 쌓이 낙엽을 경계하면서 밟는 소리이다.

다람쥐가 눈에 띄지 않고 청설모가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이놈들이 살아가는 환경이 힘들다는 증거이다. 생존 경쟁력에 견준다면 잡식성이고 체형이 큰 청설모에 다람쥐가 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봄 여름 철에는 몇몇 다람쥐들이 눈에 띄어 반가웠는데. 이미 동면에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숲에서 작은 동물들이 지나가는 소리와 새소리가 나야 하는데 요즘은 그런 소리를 듣기가 쉽지 않다. 송전탑까지 올라갔는데 조금전에 본 청설모 소리밖에 없었다. 새들도 거의 살지 않는 척박한 산에 나는 가깝다는 이유와 건강을 위하여 주례행사를 치르고 있다. 뭐 그렇다고 다른 산에 가볼려고 딱히 몇시간 걸리는 교통시간을 허비하면서 가고 싶지 않다.

관모능선

요즘 산들은 간혹 소나무가 군데군데 있지만 대부분이 튼실하지도 않고 마르고 비틀어진 잡목같은 참나무류 밖에 없다. 잎이 떨어진 겨울의 산모습은 몸에 병이 들어 듬성듬성 머리카락이 빠진 모습같아 오르는 중간에 쉬고 있으면 경치라곤 보잘 것이 없다. 송전탑을 지나 관모쉼터까지 오르면 관모봉에 7할은 올라온 것이다. 등산로 입구에서 관모봉을 보면 제법 높아 오르기 힘들겠구나 생각을 해도 한 40분을 올라 관모쉽터에 오르면 오늘도 산에 올라왔다는 도장을 찍는 기분이다.

관모쉼터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나무 군락이 있다. 한 80~100그루쯤 되보이는 고만고만한 소나무들이 줄지어 모여있다. 오를때마다 여기에 오면 잘 가꾼 누군가의 정원에 온 것 같다. 적당히 땀을 말리고 나서 또 일어선다. 한 10분을 더 올라가면 50평정도의 평지가 있고 중간에 큰 소나무 한그루가 떡하니 폼을 잡고 있다. 추운 겨울의 여기는 탁트인 지형이라 바람이 머무르지 않아 다른 곳보다 거칠다.

다시 가파른 경사를 지나 15분 정도를 오르면 관모봉 정상이다. 높이는 태을봉이 높지만 여기는 서너개의 나무의자가 없다면 앉을 자리도 쉽지 않는 돌산이다. 항상 정상에 7~8명 이상이 있는데 오늘은 눈이 온 뒤라 4~5명의 젊은층 밖에 없다. 주위를 둘러보면 사람이 사는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같다. 어디 보아도 인간이 만든 거친 흔적 뿐이다.

이제부터 1킬로 남짓은 능선이다. 수리산에 오르는 멋은 바로 이 능선을 걷는 기분이 아닌가 싶다. 통도사 뒷편의 억세밭이 무성한 영남알프스는 아니지만 나는 여기에 올때마다 이길이 한 5킬로 정도는 되었으면 좋겠다고, 항상 아쉽다. 능선을 오르내리면 언제갔는가 싶게 시간이 멈춘것 같이 짧다. 오르막이거나 내리막길에는 힘이 드는데 오히려 이생각 저생각들이 머리속에 머무르지만 능선을 지날때는 기분이 좋은 생각밖에 왜이리 거리가 짧은지 모르겠다.

능선 끝나는 지점에는 태을봉으로 가는 길과 다시 계단길로 내려가는 길목이 있다. 골짜기로 내려가는 이길은 바람도 머물러 있는 곳이라 고요하다. 김밥이라도 가지고 오는 날에는 이 계단을 조금내려간 나무의자에 앉아 가지고 온 것을 먹는다. 바람이 불지 않아 쉬기는 그만이다. 이제 쉬면 집에 올때 까지 내려간다. 오늘은 응달의 눈이 녹지 않아 조심히 내려왔다. 다 내려온 초입에서 또다시 청설모를 보았다.


 - 작성일 : 2006.12.23일

 - 눈내린 뒤의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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