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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날 아침에 (061006)


절집문

모처럼 바라던 절간 같은 추석날 아침이라 부처님 전에 향을 피우고, 茶를 올려야 겠다는 생각으로 일어났다. 차를 먼저 올릴까 생각하다가 아무래도 내내 밥 먹을려고 기다리는 살아있는 생명을 먼저 거두는 것이 우선 일 것 같아 밖으로 나가 개 밥그릇을 가지고 왔다. 오늘은 날이 날인지라 이놈들에게 사료만 주는 것이 뭐해서 어제 냉장고에 음식 넣으면서 봐둔 남은 족발과 사료를 섞어주기로 했다.

사료외에 뭐 고기 부서러기라도 줄려고 하면 제일 신경쓰이는 것이 서로 많이 먹기 위하여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인데 4년 동안 뎃번 싸움으로 차돌이가 상처를 많이 입었다. 눈 가장자리가 제법 찟어진 경우도 있고, 한쪽 귀가 반쯤 갈려져 귀가 서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를 때마다 서로 피가 흥건하게 흘려 그것 보기 싫어서 될 수 있으면 사료를 주는 편이지만 오늘은 집에 남은 고기덩어리도 있고 추석인지라 조심하면서 사료를 바닥에 깔고 비슷한 양으로 나누어 주었다.

고기 덩어리를 줄 때도 한쪽이 많이 줘서 한 놈이 먼저 다 먹으면 옆에 것 먹으려다 주로 싸우는 지라 거의 동시에 다 비우도록 신경써서 나누어 주게 된다. 목줄에 묶어서 서로 거리를 두고 밥그릇을 주려고 하다가 번거럽고 해서 그냥 주었는데 다행이 동시에 먹어 치워서 어러렁거리지 않았다. 밥 먹인 후 그릇에 물주고 똥누기를 기다렸다가 치웠다. 잠시 후 다시 집으로 들어와 물고기 밥을 주려고 어항에 붙어있는 산소발생기 코드를 뽑고 사료를 조금 넣어주었다. 이로서 내가 키우는 생명에게 매일 치루는 아침에 할 일은 끝이다.

손을 씻고 오랜만에 향을 피우려고 하니 불단 주위와 향로에 먼지가 많이 끼어 있다. 또 틈틈이 그냥 놓아둔 단추 같은 잡동사니가 눈이 거슬려서 봉지에 담아 치우고 준영이, 집사람 사진틀과 다상의 깔게도 닦았다. 금강경을 읽어려고 차에 있는 CD를 가지고와서 틀었다. 청아한 성공스님의 목소리가 좋다.

보이차를 넣고 우려낸 찻물을 잔에 담아 부처님 전에 올린다. 그리고 금강경을 소리내어 같이 읽다가 차를 마신다. 이 얼마만의 고요함인가. 둘째가 태어난 후 이렇게 이틀을 집에 혼자 지내본 적이 없는데 어디 떠나서 낯설은 마음이 내게 머뭇거리며 오는 것만 같다. 고요하고 조용하다.

싸~리한 보이차의 여운에 뒤이어 아주 약간 단맛이 다가온다.

거의 30여분 동안 금강경을 다 따라 읽은 뒤 책 뒷편에 있는 경찬과 영험록, 공덕말씀, 보시자까지 한번 눈으로 읽어본다. 어제 저녁 7시 불교방송을 들어면서 집으로 오던 중에 정목스님이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 이야기를 할때 금강경에 이런 글자가 있었는지도 가물가물한데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니 어제 들었는 말귀가 떠오른다. 구별하는 마음없어져야 진정한 성인에 이를 수 있다는 말씀과 연기의 법칙.

이 연기의 법칙을 듣고 내 새끼가 머리에 떠올랐다. 나로 인하여 세상에 온 이 놈들에게 아무래도 전생의 인연으로 이생에서 진심으로 봉사하라는 뜻일 것이다.


 - 작성일 : 2006.10.06일

 - 추석날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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