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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평의 겨울 바닷가 (050125)


함평갯펄

노영兄이 전남 함평으로 작년 11월달에 이사를 한 후 연말에 한번 가야지 하는 계획을 세웠다가 휴가를 낼 수 있는 상황이 못 되었다. 그러나 가까운 시일에 한번은 가야되는데 하면서 풀지 못한 숙제를 남겨 둔 것 같이 마음이 정리가 안된다. 이래서 안되겠다 싶어 수요일날 대뜸 주말에 내려가겠다고 말로 일을 저질렸다.

이제 남은 것은 서해안고속도로의 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함평까지 어떻게 가느냐 인데 지금까지 차를 몰고 그렇게 먼 길을 가지 않은 내 운전습관으로 5시간이 더 걸릴 거리를 어떻게 운전할까 걱정이 앞선다. 몇번의 졸음운전으로 혼이 난 뒤로는 장거리 운전하는 것이 영 내키지 않치만 달리 방법이 없다. 또 주영이라도 데리고 가야 집사람이 좀 힘을 들것 같고 오랜만에 시골의 풍경이나 남쪽의 겨울 바닷가를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운이 좋다면 겨울철새도 보여 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데리고 가야 할 것 같다. 아무튼 피곤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간 중간 휴게소에서 쉬면 되겠지 하고 마음을 내어본다.

딸과 같이 가기 위하여 금요일 늦게 마트에 들러 먹을 간식거리를 샀다. 이제 내일 아침이면 두달동안 가봐야지 하면서 못간 함평으로 떠날 것이다. 잠자리 들기전에 방학이라 늦 잠자는 딸에게 내일 먼길을 가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좀 일찍 일어나 출발해야 한다고 말해 두었다.

아침에 일어나 딸이 차에서 편하게 잠도 잘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차에 이불과 베개를 실으면서 아직 잠자는 애를 깨워서 집사람에게 머리를 묶게 한 뒤 차에 태웠다. 막상 운전대를 잡고 고속도로에 올라 속도를 더하면서 모처럼 집을 떠난 다는 생각으로 인해 잠시 삶의 쳇바퀴를 내려 놓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좋다. 고속도로 주위는 아직 겨울추위가 가시지 않아서 가을걷이 한 그대로의 모습이고 먼 산에는 그동안 내린 잔설이 남아있어 허허롭고 약간은 알쌰한 기분이 든다.

당진을 지나서 한 참을 더 내려가니 군산이 나온다. 주행 중에 군산항인지 옆눈으로 포구가 눈에 들어온다. 스쳐지나가는 모습들에서 모든 것이 흑백 사진처럼 정지된 듯하다. 어린 시절 이렇게 흑과 백의 농도만 있었던 시절이 떠올랐다. 지금은 포근하게 느껴지는 텅 빈 항구의 색깔이 그때는 너무나 단조롭고 시간 또한 더디게 흐르던 시절이었다. 도회지의 먼 세상을 동경만 했지 스스로 무엇을 하고자 하면 어촌의 초등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그저 해가 뜨는 바닷가를 바라보거나 하는 일이 전부였다.

그러나 지금 얼핏 운전중에 바라다 본 포구는 정지된 회색, 흑색, 백색의 농담으로 보이고,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다. 이제 오늘 저녁과 밤과 내일 아침 시간동안은 한적한 시골의 포구에 머물러 있을 것이고, 낮의 흐릿함을 볼 것이고, 점차 군데군데 등불 불빛 아래에 있을 것이다.

군산과 영광을 지나서 함평에 도착하니 오후 4시가 가까워진다. 아침 10시반에 출발을 했으니 5시간 반 정도 걸린 것이다. 톨게이트를 지나 노영兄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측방향으로 1~2킬로 오면 주유소가 있는데 그곳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주위 간판들을 보니 함평의 돌머리 해수욕장 바로 입구이다. 잠시 기다리니 형이 차를 몰로 왔다. 우선 저녁꺼리를 사기 위하여 함평장에 가보자고 한다. 내 차는 길 갓쪽에 잠시 주차해두고 형의 차에 올랐다.

시골지역이라 조금만 가니 함평군청이 나오고 그 주변에 장이 있다. 몇가지의 저녁꺼리를 사고 다시 차를 주차시킨 곳으로 와서 다시 각자 차를 몰고 돌머리해수욕장으로 갔다.

갯펄에서

겨울 바닷가는 한적해서 좋다. 주위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는 물빠진 갯펄에는 저녁 하늘의 우중충한 회색과 갯펄의 회색만 있고 구분은 바다라는 선으로 그어져 있었다. 갈매기도 날지 않는 저녁의 남녘바다! 갑자기 싸래기 눈이 조금씩 흩날린다. 혼자라면 몇시간이고 바다를 바라보고 싶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바라보는 텅 빈 세상은 오히려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멀리 돌길이 길게 나 있는 곳에서 아주머니 둘에서 허리를 숙이고 바닥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니 굴을 캐고 있는 것 같다. 얕은 물길을 따라 낡은 목선 하나도 지나가지 않는 곳에서 바라다 보는 바다는 너무 맑다. 마치 누가 건드리지 않으면 맑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다. 건드리지 않으면 말이다.

점차 어둠이 다가오고 싸래기 눈은 진눈깨비로 바뀌고 있었다. 좀 더 바다를 오래 바라다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 든다. 내일 서울에 올라가면 언제 다시 이런 허허로운 적막을 다시 맛볼 수 있을 까! 산기슭에는 오래전부터 있어온 바다를 향하여 경계를 쓰던 병사들의 벙커가 보였다. 그때 그 병사들은 지루하게 하루종일 바다만 바라보는 시간을 탓했겠지만 잠시 머물다 가는 나그네는 지금 지나가는 순간순간이 너무 아쉽다.

멀리 아랫지방으로 떠난 노영兄을 위로하기 위하여 내려온 이 길에서 내 자신이 마음의 위로를 받고 있다. 답답할 정도로 꽉차있는 현실의 마음이 비워지는 그렇게 소중할 수 없다. 이리저리 갯펄에 나 있는 길을 따라 서성거려 본다.

兄 집으로 돌아와 주영이는 PC로 게임을 하고 兄은 저녁을 준비한다. 그냥 가만히 앉아 식사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좀 전에 본 갯펄이 다시 보고 싶다. 슬며시 차에 시동을 걸고 나와 다시 그곳을 찾았다. 이제 완연히 밤이 다가와 있었고 진눈깨비는 점점 더 많이 조용한 세상 속으로 나와서 방향성을 잃고 휘몰아치면서 내린다.

눈이 내리는 가운데 드문 드문 있는 팬션 입구를 비추는 백열전등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 불빛 주위만 바람에 따라 흰 눈들이 이리저리 내리는 것이 보인다. 모든 것이 혼자이고 결국은 혼자 가야 하는 먼길을 사람들이 알기에 가끔은 이런 한적한 곳을 찾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그곳에서 지금까지 차곡차곡 가슴에 쌓아둔 생각을 놓아두고 빈마음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몸이 추울때 까지 한 동안 그렇게 있다가 집으로 슬며시 돌아왔다. 간단하게 차려진 밥을 먹고 둘이서 茶를 마셨다. 兄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점점 주변부로 멀어져 여기까지 오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둘이서 말없이 나누는 한잔 한잔 마시는 지금의 차로 인해 언젠가 웃으면서 그 때 일을 다시 이야기 했으면 하고 바래본다. 한참을 차를 우려 마시다가 오늘 내려온 김에 해야 될 일 중에 하나인 인터넷으로 메일을 쓰는 방법을 가르켜 주었다.

한참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9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다. 밖으로 나와보니 주위는 온통 눈으로 덮어져 있다. 가로등이 켜 있는 주위만 밝음으로 인해 눈 발이 흩날리는 것이 보이고 나머지는 회색이고 간혹 멀리 나무들은 검은색이다. 추위를 느껴 다시 방으로 돌아와 이불을 펴고 앉았다. 더 많은 나눌 얘기가 있는데 할 말이 없다.

그냥 앉아 말없이 있으려니 몸이 녹으면서 장시간 운전으로 피곤했는지 졸음이 온다. 내일 이 눈속에 올라가려면 천천히 라도 일찍 출발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6시에 눈이 뜨졌는데 일이나기 싫다.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7시에 일어나 밖으로 나와 본다. 눈은 멈추었지만 5센치 정도의 눈이 쌓여 있다. 집 뒤 인삼밭에도 하얀눈이 덮어져 있다. 좋은 것도 잠시 올라갈 길이 걱정도 하면서 또 어제 본 바닷가가 보고 싶어진다. 어제는 썰물이었지만 오늘은 아마 물이 좀 들어 왔을 거라 생각해 본다. 한번 걸어서 다시 가볼까 해서 동네 입구를 내려오다가 감상에 젖기에는 집으로 돌아갈 일이 걱정되어 다시 집으로 돌아섰다. 대충 짐을 정리를 하고 난 뒤 아침 밥을 먹지 않고 그냥 올라오려니 부담을 주는 것 같아 차를 한잔 마시자고 했다.

이제 서로 헤어지기 위한 차한잔, 이 차라도 한잔해야지 못먹고 오는 아침을 대신할 것 같다. 한잔 두잔 아무리 말을 해도 모자랄 것 같은데 막상 할 말이 없다. 자고 있는 주영이를 깨워서 머리르 묶여주고 차에 태웠다. 이제 다시 왔던 길을 올라 가는 시간이다. 너무나 짧고 너무 아쉬운 시간이다.

올라오면서 아침에 같이 해장국이라도 먹고 와야 하는데 왔다가 오히려 마음만 허전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아쉬운 겨울 여행이었다. 다시 건강하게 만난 날을 기다려 본다.


 - 작성일 : 2005.01.25(火)

 - 노영兄댁을 방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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