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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華林山房 (990703)


華林山房공주 마곡사 경내를 지나 산 골짜기로 한참으로 올라가면 정현(正玄) 스님이 거처하는 화림산방(華林山房)이 양지바른 곳에 다소곳이 자리잡고 있다.

이번 방문은 올 봄 부석사를 위시하여 경북 북부지방을 스님과 같이 다녀오기 위하여 잠깐 도착하여 둘러 본 이후, 약 1달만에 다시 찾아가는 길로 이번에는 서강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키는 안선재수사님, 서예를 하시는 근재 노영兄과의 인연이 되어 같이 갈 수 있게 되었다.

통상 공주 마곡사는 길은 보통 막히지 않아도 자동차로 2시간 이상이 족히 걸리는 거리이다. 초여름 무렵이라 가는 길에 유난히 밤나무들이 꽃을 활짝 피어있다. 공주에서 마곡사로 들어가는 길이 족히 20km는 되는데 밤나무이 많은데 농가에서 소득을 위해 밤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점심때가 조금지나서 도착한 관계로 점심을 먹고 가자고 했다. 작년에 스님과 같이 올 때 식사를 한 식당에 다시 들어갔다. 이곳은 스님이 가끔 들리시는 곳이라고 했는데 신심이 돈독한 보살이 맛깔스럽게 만들어 내는 산채가 일품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도착하여 우선 스님께 전화를 올리고 점심을 먹고 곧바로 올라갔노라고 연락을 드렸다.

고사리, 도라지 등 맛깔스런 산채는 산사(山寺)를 찾으러 갈 때 그 동네에서 잘 하는 곳을 물어서 꼭 들러 먹곤한다. 보통 입맛이 까다로운 스님들이 추천하는 곳은 대부분 그 곳에서는 이름이 난 집인데 작년 처음으로 마곡사에 들린 후 올 때마다 이 집에 들러 간다.

식사를 마치고, 올라가니 올해 처음으로 앞바당에 조그마한 못을 손수 만들어 심어 놓은 백연(白蓮)이 한 두입 올라온다. 아마 내년이 되면 제법 볼 만한 그런 광경이 되겠지.

스님이 거처하는 산방에 올라 차를 우리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정현스님은 80년대 이후 오랬동안 미국에서 포교를 하시면서 겪으신 이야기를 하신다. 성품이 온화하시고, 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을 하셔서 그런지 몰라도 하시는 말씀이 항상 편하게 다가온다.

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60년대 다우들과 마시던 일화를 소개해주시고, 처음 차를 절에서 접할 때 솔직히 오랫동안 절에서 마시든 것이라 그때는 잘 모랐다고 하신다. 그러나 그때 이미 다우나 도공들과의 잦은 교류로 점차 차를 잘 알게 되었다고 하시면서 허허 웃어신다.

茶談中 이번에 같이간 안수사님도 지독히 한국 차를 좋아하시고 연구실에는 항상 차를 끓일 차도구들이 준비되어 있을 정도이고, 노영兄도 아버님 代부터 차를 마시던 분들이다. 이번 분들과의 차한잔은 인위적인 말이 필요없다.

한참 다담을 나눈 후, 스님이 거쳐하는 산방 뒤편으로 올라가니 대숲 사이로 조그마한 원두막이 나온다. 모기장이 있는 것으로 봐서 사람들이 와서 책을 읽거나 낮잠도 자는 그런 공간인것 같다. 대숲에서 불어 오는 바람이 자못 시원하다.

좀 더 여유가 있다면 이런 곳에서 며칠을 아무 말없이 조용히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사람은 생각할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나이가 들고 주어진 일이 과중하다 보니 점점 이런 여유가 없어지고 오히려 마음만 바쁜것 같다.

도연명의 귀거래사에 나오듯 "세상 일에 종사하는 것은 결국 口復自役, 즉 스스로 먹기 위해 일하는 것이지 먹기 위해서 스스로 목을 매는 것이 아니겠는가?"하는 구절이 떠오른다. 그러나 IMF이후 점점 국가나 사회적으로 장래의 예측 불가능해져 가는 현실을 완전히 도외시 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인 것이다.

한참을 원두막에서 이생각 저생각하다가 내려와 다시 차를 마신다. 그 동안 스님이 그리신 선화(禪畵)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을 해주신다. 지혜의 상징인 문수동자와 실행의 상징인 보현보살, 또 자신의 단면적 양면성을 나타내는 인간의 마음의 표현한 머리가 둘 달린 '공명조'에 대한 생각들을 말씀 해 주신다.

저녁 무렵이 되고, 내일 또다시 출근해야 하기에 일어나니 스님께서 시간이 나실 때 그리신 선화를 주신다. 다 불교를 가까이 하는 사람들의 공동된 화두인 마음을 밝히라는 뜻이리라! 고맙게 받아 들었다. 돌아와서 표구하여 지금도 그림을 보면서 나마 나의 마음자리를 다시 되돌아 보곤한다.


 - 작성일 : 1999.07.03일

 - 화림산방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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