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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습관의 무서움 (970715)


2주간의 출장을 마치고 금요일 늦게 집으로 돌아오니 10개월된 딸아이가 나를 보더니 낯이 선사람으로 생각하고 안기려 하지 않는다. 출장전에는 퇴근하면 좋아서 입이 함지박 처럼 벌어지곤 했는데 그 사이에 몰라보게 엄마품에 꼭 붙어있다.

한참동안 오라고 한 후에야 겨우 안겨준다.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아 주영이를 안은 체로 동네를 한바퀴 돌면서 항상 불러주던 동요를 부르니 아빠의 느낌이 나는지 처음에 긴장된 모습이 상당히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그때보다 덜 편안한 모양이다. 엄마가 곁에 있으면 그곳으로 갈려고 하니 말이다.

집에 돌아와 편한 옷으로 갈아 입고 간단한 세면을 하고나니 사랑방에 들어가 향을 피우고 싶었다. 그동안 집안의 평온함을 감사드리기 위해서다. 특별히 3자루의 향을 향꽂이에 꽂고, 초에 불을 붙인다. 저녁이라 보이차 한잔을 올리면서 그동안 집안에도 아무걱정 없이 지냈고 출장동 건강하게 보내고 왔는 것을 부처님 은덕으로 돌리고 싶었다. 출장동안의 비규칙적인 일정을 다시 제자리로 돌리고자 하는 마음이다.

밤 12시가 가까이 되어 개들을 데리고 동네 뒷 야산에 갔다 오라고 한다. 그동안 개들은 집 사람의 사정으로 아침 11시 무렵에 밖에 갔다가 한밤중에 다시 밖으로 나가곤 했다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 깨어보니 이상하리 만치 집안이 조용하다. 항상 아침에는 일어나지 않고는 배겨내지 못하는 것이 개들의 낑낑거림이었는데 아침 9시가 되도록 전혀 미동도 없어 개집을 봐도 한밤중 같이 조용히 자고 있는 것이다. 커튼을 걷어면 그 소리에 깰까 생각도 했는데 그것도 별무 반응이다.

어떻게 2주만에 이렇게 변할까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동안 이런 습관을 가지기 위한 요놈들의 적응 고통을 헤아려본다. 이제 완전히 적응된 모습에 오히려 그놈들은 더 편해보이고, 왜 괜히 걱정하느냐 투의 모습으로 개집에 꼼빡없이 들어있다.

이제 다시 출근해야 하기에 전의 환경으로 돌리고자 하니 집사람이 아침은 자기가 밖으로 데리고 가고 저녁 늦게는 내보고 갔다오라길래 다시 그놈들을 우리의 편의대로 적응시키기도 그렇고 또 무엇보다 퇴근한 후 저녁 9시전에 개들을 데리고 나가야 하는데 동네 어린애들이 놀라기도 해서 아예 지금과 같이 잠자기 전 한밤중에 데리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기도 해서 그렇게 하자고 했다.

항상 하루종일 묶여 있을 수 밖에 없는 그런 환경이 어떤 때에는 안스러워 한밤중에라도 묶지 않고 밖으로 나가곤 했는데 이제 아예 한밤중에 데리고 가야 하니 그럴 불편도 없어진 것이다.

이렇게 하여 차츰 개들의 환경과 우리의 환경이 서로 타협을 모색하면서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다.

어느 주간지에서 읽은 글이 생각난다. 서울 근교의 오래된 절에 근래들어 부쩍 불상이나 탱화등을 훔쳐가가 위한 도범들이 설쳐 진도개 두마리를 키우는데 낮에는 절을 찾아 오는 사람들이나 등산객들과 그렇게 잘도 어울리다가 해거름이 생기고 저녁이 되면 한마리는 일주문에서 지키고, 또 한마리는 대웅전을 지키는 것이었다.

하도 자신들의 임무를 잘 수행하는 것을 신기하게 여기고, 사람들의 입으로 회자되기도 해서 기자가 공양주 보살에게 어떻게 이렇게 좋은 개가 있는냐고 물어 본적 그 공양주 보살이 하는 말이 걸작이다. "절밥을 묵는 지들이 할일에 무엇인 기요?" 하는 글을 읽고 한참을 웃은 적이 있었다.

서로같이 더불어 사는 그런 세상인 것이다. 하물며 사람끼리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 작성일 : 1997.07.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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