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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암공방 (970112)


농암선생에 대한 얘기는 오래전에 동양다예 하사장님과 범강님으로 부터 들은 바로 언젠가 한번 들러 보고 싶었는데 계획도 없이 범강님 댁으로 새해 인사를 가서 차를 마시던 중 갑자기 농암선생댁에 전화를 한번 해야겠다고 연락하더니 계획도 없이 가게되었다.

범강님댁 가까이 사신다는 소리만 들었지만 이렇게 금방 연락이 되어 방문하는 설램과 빈손으로 간다는 미안함으로 약간은 염치없이 가는 기분이 들었다. 더군다나 차동차라도 있으면 미리 이런때를 위하여 약간을 선물을 미리 준비하여 예기치 못한 일에 대처할 있으련만...

그동안 농암선생의 알음알이로 인해 그분의 인품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후로는 꼭 한번뵙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터였다.

범강님 집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를 둔 곳에 농암선생이 계신 집이 있었다. 어느집과 다를 바 없고 수수한 그런 집이었다. 현판에는 농암공방이라고 각인된 현판이 있어 사시는 곳과 작업하시는 곳이 같이 딸려 있음을 알려주었다.

저녁이라 작업실은 둘러 보지 못하고 바로 사랑방에 안내되어 그분이 사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선 첫 인상부터 마치 장인어른과 비슷한 외모에 무엇보다 인자함과 충청도 느린 말씨가 첫 방문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신다.

인사를 서로 나누고 다상을 준비하시는 동안 방을 둘러 보았다. 문양에 관한 많은 책과 작업설계도가 있고, 벽걸이 선반에는 다완들이 몇점 놓여 있었다. 차를 마시면서 이번 부산에서 고생을 하셨다면서 몸과 마음이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항상 자신의 열의와 정성을 담은 작품이 허탈한 결과로 이어질때 낙담을 그분은 묵묵히 남아놓고 내색을 하지 않는 모습이 첫방문객의 마음을 안스럽게 했다.

차는 단순히 마시는 것이 아니고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도 갖는다고 볼때 인간성을 되찾는 그런 과정이고 보면 왜 가슴이 이렇게 찡한지 모르겠다. 大器는 처음부터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가꾸고 인정할때 비로소 된다는 것을 모르는 바도 아니지만 이미 그 大器의 반열이 올라 있는 분이랴 또 뭘 말하겠는가? 그저 아랬사람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차를 우려내시면서 건강의 쇠잔함과 지친 모습을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얘기해주시는 모습이 좋았고 우선 드러내지 않는 그분의 심성이 마음에 와 닿는다. 모든것이 자신의 마음을 고스란히 표현할 때가 멋스럽다.

뭐 얘기를 많이 하지 않고도 차를 마시는 것 만으로 모든 인품은 그대로 드러난다. 나는 이런것이 좋다. 거창하게 내가 앉아 있기가 불편한 것도 그렇고 그 위세에 눌려 내 그릇에 어울리지 않는 행위를 하는 것도 그렇다. 특히 내 그릇에 어울리지 않게 법정스님을 이당도예원에서 뵙게 된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는 나로서 더욱 더 그런 생각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분도 피곤하고 나도 피곤하고, 우리는 그분을 상으로만 보기를 원하고 그분은 그런 상으로 보여지는 것을 싫어하고... 단지 그분을 책에서 보는 것이 서로를 위해 더 좋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는 터였다.

그러나 농암선생을 만난 것은 즐거움이었다. 우선 소탈한 성품이 넉넉함을 주었고, 느린 충청도의 어눌한 말씨가 혼자 묵묵히 장인의 길을 가고 있는 분에게서 느끼는 그런 분위기. 항상 그런 분들이 대접을 못받는 그런 환경이 야속할 뿐이다.

오직 소나무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재료를 가지고 만드시겠다는 뜻과 다(茶)에 관한 애착하나로 다학회나 단체가 생기며 어려운 생활에서도 꼭 다상을 한벌 그저 제공하신다는 말을 예명원에서나 범강님으로 부터 들은 터였다.

우리 주위에는 아마 이런 분들이 많으리라, 우리가 이런 분들과 같이 살아간다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이다. 굳이 책에서 읽은 초의스님이나 완당의 교분을 좋은 느낌으로만 보기 보다는 현재도 그런 만남은 자신의 그릇에 따라 생긴다는 것을 우리는 모르는 것 같다. 그런면에서 내자신의 그릇으로는 끼지도 못할 분들과 이렇게 과분한 인연이 닿는지 그저 과분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 작성일 : 1997.02.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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