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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맛찾기 (961106)


여러사람과 차를 마실때 마다 느끼는 점은 많이 모여서 차를 마시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다. 어느 한도 이상이 모여 차를 마시다 보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가시적이고 다분히 형식적인 몸동작과 차를 우려내는데 번거로움으로 인해 정작 차맛을 느끼지 못하거나 잘못 우려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차를 마시는 것은 그 만나는 분과 다소곳이 정담을 나눌 수 있어야 하기에 무슨 모임이다 하여 몇번 다녀 보았지만 도무지 마음의 번잡만 가득할 뿐 항상 집으로 오면서 다시는 여럿이 모이는 곳에는 가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제일 차맛이 좋을 때는 이른 아침 차를 마시고 싶을 때 마루에 앉아 마당을 물끄러미 모면서 혼자 앉아 마시는 차는 온전히 맛과 여유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이를때 모든것이 정연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고, 하루의 시작에 대한 기대와 생명이 꿈틀대기 전에 다가올 도전을 기다리는 느낌같다. 이때는 녹차가 제격이다.

그다음은 저녁에 집에 돌아와 늦은 밤 사랑방에 앉아 조용히 하루를 정리해 보고 일어난 일들을 잠깐이나마 떠올려 보는 것도 좋다. 이때 마시는 차는 피로를 잊게 하고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향이 있는 중국차 계열이 제격이다. 하루의 일이 힘들었거나 마음을 다스리고 가라앉게 하여 잠자리에 들고 싶어면 조용히 경을 읽거나 들을 것이다. 그날의 아쉬움과 뭇생명에 대한 존중함이 소록소록 피어오를 것이다.

그 다음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몇분과의 모임이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좋을 사이라면 더욱 좋다. 이런때 하루종일 차담을 나누어도 즐거운 마음뿐이다. 굳이 밖으로 갈때면 아무 뜻 없이 그냥 약간의 식사준비를 해서 그냥 떠나는 것이다. 약속을 하고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대체로 집에서 쉬는 편이 항상 더 유익하고 즐거운 경험상의 결론을 내린다.

이번 법주사 모임에 나는 도무지 번잡했다. 아침일찍 부리나케 가고 또 잠시 모였다가 꽉꽉 막히는 자동차길로 허급지급 돌아오면서 차를 운전하는 고천님을 피곤케하고, 법주사에서 이번 모임을 위해 세심한 신경을 쓰신 도일 스님 모두에게 폐만 끼치는 행동만 했을 뿐이다.

옛날같이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요즘 주어진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뒤를 돌아다 볼 수 있는 여유를 찾아 하루를 보내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샐러리맨의 자그마한 소망일지 모른다.

주위에 들리는 소리는 감원, 불경기 얘기 뿐인 요즘 미래의 불확실성을 피부로 느끼면서 살아가야 하기에 주말이 주는 의미는 특별하다. 이런 휴식을 도리어 번잡한 하루로 채우고 싶지 않다.

집에서 조용히 향피우고 차한잔 하는 것이 도리어 낫다는 생각을 하면서 모임 후 집에 올때마다 머리속으로 다짐해본다.


 - 작성일 : 1996.11.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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